지난 1편에서는 전기자전거 모터가 힘(토크)과 속도(회전수)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기본적인 원리를 살펴보았다. 이번 2편에서는 전기자전거 모터의 대표적인 두 가지 종류, 바로 '미드 드라이브(Mid-drive) 모터'와 '허브(Hub) 모터'에 대해 알아본다. 이 둘은 모터 자체의 기술보다는 자전거의 어느 위치에 장착되느냐에 따른 차이가 크며, 그로 인해 각기 다른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게 된다. 이번 편에서는 먼저 미드 드라이브 모터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자.
미드 모터가 더 좋은 모터? No! 용도에 맞는 모터!
간혹 '미드 모터가 허브 모터보다 기술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이, 두 방식 모두 대부분 BLDC 모터라는 동일한 기술 기반을 사용한다. 핵심 기술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마치 같은 엔진이라도 승용차에 쓰일 때와 트럭에 쓰일 때 그 특성이 달라지는 것처럼, 모터가 자전거의 어디에 장착되어 어떻게 힘을 전달하는지에 따라 그 역할과 성능 특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더 좋다'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나의 주행 환경과 스타일에 더 잘 맞는가'이다.
미드 드라이브 모터: 자전거의 심장부에 자리잡다
미드 모터는 어디에 있을까?
이름(Mid-drive)에서 알 수 있듯이, 미드 모터는 자전거의 중앙 하단, 즉 페달을 돌리는 크랭크 부분에 장착된다. 일반 자전거의 'BB(바텀 브라켓)' 자리에 모터가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위치 때문에 '중앙 구동 모터'라고도 불린다.
왜 미드 모터는 힘(토크)이 강할까? (필연적인 이유)
미드 모터 제품들을 보면 유난히 토크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 '미드 모터 = 고토크'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미드 모터 자체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그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토크, 저회전수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되는 경향이 크다.
생각해보자. 미드 모터는 페달과 거의 같은 축에서 돌아간다. 만약 모터가 분당 300바퀴(300rpm)로 빠르게 회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이더가 페달을 돌리는 속도(케이던스*)는 보통 분당 60~100회, 최대 120~150회 정도인데, 모터가 이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버리면 라이더의 페달링 속도와 전혀 맞지 않게 된다. 페달이 헛돌거나, 라이더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터 혼자 쌩쌩 돌아가는 어색한 느낌을 줄 것이다.
그래서 미드 모터는 라이더의 일반적인 페달링 속도 범위(대략 120rpm 이하)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1편에서 토크와 속도는 반비례 관계라고 했다. 즉, 낮은 회전수(RPM)에서 효율적으로 힘을 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토크가 높은 모터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토크를 높여도 모터 자체의 회전 속도를 라이더의 페달링 속도만큼 낮추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드 모터 내부에는 추가적인 '감속 기어'가 들어있다. 모터가 여러 번 회전할 때 크랭크 축은 한 번 회전하도록 기어비를 조절하여, 최종적으로 라이더의 페달링 속도 범위에 맞춰 자연스러운 힘 전달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드 모터의 핵심 특징: 자전거 기어를 활용한 변속!
미드 모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모터의 동력이 자전거의 원래 변속 시스템(앞 체인링과 뒤 스프라켓*)을 그대로 거쳐 뒷바퀴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엔진 힘이 변속기(기어)를 통해 바퀴로 전달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라이더는 지형과 속도에 맞춰 자전거 기어를 변경함으로써 모터의 힘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 오르막길: 앞 기어는 작은 체인링, 뒷 기어는 큰 스프라켓(저단 기어)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모터의 토크가 기어비에 의해 증폭되어 바퀴에 전달되므로 훨씬 강력한 힘으로 언덕을 오를 수 있다. 마치 자동차가 1단 기어로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같다.
- 평지 고속 주행: 앞 기어는 큰 체인링, 뒷 기어는 작은 스프라켓(고단 기어)을 사용한다. 모터의 회전력이 바퀴에 빠르게 전달되어 높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처럼 라이더가 기어 변속을 통해 모터의 힘(토크)과 속도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미드 모터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특징이지, 무조건 장점은 아니다? (기어 변속의 중요성)
자전거 기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강력한 장점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라이더가 상황에 맞게 기어를 '잘' 사용해야만 제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주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데 깜빡하고 고단 기어(무거운 기어비) 상태로 주행한다고 상상해보자. 아무리 강력한 미드 모터라도 기어비 때문에 실제 바퀴에 전달되는 힘은 약해져서 힘겹게 올라가거나 아예 못 올라갈 수도 있다. 반대로 평지에서 저단 기어(가벼운 기어비)로만 달리면, 페달만 헛돌고 속도는 잘 나지 않을 것이다.
즉, 미드 모터는 라이더의 적절한 기어 변속 능력을 전제로 할 때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 자동차의 수동 변속기처럼, 상황에 맞는 기어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미드 모터, 언제 가장 빛날까? (적합한 용도)
기어를 활용하여 토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미드 모터는 특히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능력(등판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산악 지형을 달리는 **전기 산악자전거(eMTB)**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eMTB는 보통 앞쪽에 작은 체인링(예: 34T) 하나와, 뒤쪽에 매우 넓은 범위의 기어비(예: 10-51T, 12단)를 가진 스프라켓을 사용하여, 아주 낮은 기어비(1:1 이하)를 만들 수 있게 설계된다. 이를 통해 80Nm의 모터 토크를 바퀴에서는 110Nm 이상으로 증폭시켜 가파른 산길도 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모터가 자전거 중앙 하단에 위치하여 무게 중심이 낮고 안정적이며, 뒷바퀴에 모터 무게가 실리지 않아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이 장착된 자전거의 경우 승차감과 접지력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를 '현가하질량'이 작다고 표현한다.)
미드 모터는 왜 비쌀까?
미드 모터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자전거가 비싼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터 자체의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 프레임 설계: 모터를 중앙에 장착하기 위해 일반 자전거와 다른 전용 프레임 설계가 필요하다.
- 구동계 보강: 모터의 강력한 힘이 자전거 체인과 기어를 통해 전달되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더 튼튼한 구동계 부품이 요구된다.
- 추가 부품: 페달링 토크를 감지하는 토크 센서, 크랭크 역회전을 방지하는 클러치 베어링 등 정교한 부품들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 시장 포지셔닝: 미드 모터는 주로 성능을 중시하는 eMTB나 고급형 전기자전거 시장을 타겟으로 하므로, 전반적인 부품 구성이나 마감 수준이 높아 가격대가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저렴한 중국산 미드 모터 키트도 존재하지만, 완성형 전기자전거 시장에서는 주로 신뢰성 높은 브랜드의 시스템이 고급 모델에 적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2편 요약: 미드 드라이브 모터는 자전거 중앙 크랭크 부분에 장착된다. 라이더의 페달링 속도에 맞추기 위해 고토크-저회전 특성을 가지며 내부에 감속 기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특징은 자전거의 변속 시스템을 활용하여 모터의 힘(토크)과 속도를 라이더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등판 능력이 뛰어나 eMTB 등 다양한 지형에 적합하지만, 최적의 성능을 위해서는 라이더의 적절한 기어 변속이 중요하다. 전용 프레임 설계, 구동계 보강 등의 이유로 허브 모터 방식보다 가격대가 높은 경향이 있다.
다음 마지막 3편에서는 바퀴 축에 장착되는 '허브 모터'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미드 모터와의 비교를 통해 어떤 모터가 자신에게 맞을지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