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모터 탐구 : 문과도 이해하는 힘과 속도의 비밀 알아보기

전기자전거 모터 탐구 (1/3): 힘과 속도의 비밀

페달을 밟으면 누군가 뒤에서 스윽 밀어주는 느낌, 힘겨운 언덕길을 땀 흘리지 않고 오르는 즐거움. 전기자전거의 매력은 바로 그 '심장', 모터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모터,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왜 어떤 자전거는 출발할 때 힘이 넘치고, 어떤 자전거는 최고 속도가 빠를까? 전기자전거 모터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와 힘, 속도의 비밀을 쉽게 파헤쳐 보자.

전기자전거 모터계의 표준: BLDC 모터

모터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지만, 요즘 전기자전거에는 거의 대부분 BLDC(Brushless Direct Current) 모터라는 녀석이 쓰인다. 이름 그대로 '브러시(Brush)'라는 부품이 없는 직류 모터인데, 이 브러시는 닳아서 없어지는 소모품이라 수명을 갉아먹는 주범이었다. BLDC 모터는 이 브러시를 없애 수명이 길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소음도 적다는 장점 덕분에 전기자전거 모터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의 설명은 이 BLDC 모터를 기준으로 한다.

모터의 두 가지 능력치: 힘(토크)과 속도(회전수)

자동차 엔진의 마력과 최고 속도처럼, 전기자전거 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두 가지 지표가 있다. 바로 '토크'와 '회전수'이다.

  • 토크 (Torque): 물체를 '비트는 힘'이다. 꽉 잠긴 병뚜껑을 돌려 딸 때, 또는 무거운 문을 밀어 열 때 드는 힘을 생각하면 쉽다. 모터의 토크가 높을수록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치고 나가는 힘(가속력)이 강하고, 언덕을 오르는 능력(등판 능력)이 뛰어나다. 보통 Nm(뉴턴미터)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 회전수 (RPM - Revolutions Per Minute): 모터가 1분 동안 몇 바퀴 도는지를 나타내는 '회전 속도'이다. 회전수가 높을수록 자전거 바퀴를 더 빨리 돌릴 수 있어 최고 속도가 높아진다.

모터가 내는 최종적인 **힘(출력, Power)**은 이 **토크와 회전수의 곱**에 비례한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출력이라면 토크와 회전수는 서로 반비례 관계라는 것이다. 즉, 토크를 높이면 최고 속도가 줄어들고, 최고 속도를 높이면 토크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제조사들은 이 둘 사이에서 자전거의 용도에 맞게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모터를 설계한다.

전기는 어떻게 힘과 속도가 될까? (V x I = P)

모터는 결국 전기에너지를 회전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이다. 모터가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출력)는 기본적으로 공급되는 전기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 전압 (Voltage, V): 전기를 밀어내는 '압력'이다. 수돗물의 수압을 생각하면 쉽다. 전압이 높을수록 모터는 더 강한 토크와 더 높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단, 모터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전류 (Current, I): 실제로 흐르는 전기의 '양'이다. 수돗물이 얼마나 많이 흐르는지에 비유할 수 있다. 모터 내부의 전선이 굵으면 더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고, 이는 더 강한 토크로 이어진다.
  • 효율 (Efficiency, η): 모터가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손실 없이 운동에너지로 바꾸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100% 변환은 불가능하며, 일부는 열 등으로 손실된다.

간단히 말해, 모터의 출력(P)은 대략 **전압(V) 곱하기 전류(I)**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P ≈ V x I) 높은 전압과 많은 전류를 사용할수록 더 강력한 모터를 만들 수 있다.

모터의 '힘(토크)'은 어디서 나올까?

BLDC 모터 안을 들여다보면, '슬롯'이라는 홈에 구리 전선이 빽빽하게 감겨 있다. 이 전선 뭉치(코일, 또는 권선*)에 전기가 흐르면 강력한 전자석이 된다. 이 전자석이 모터 안에 있는 영구자석을 서로 밀고 당기면서 회전시키는 힘, 이것이 바로 토크의 정체이다.

  • 전선을 많이 감으면? 전자석의 힘이 강해져 영구자석을 더 세게 밀고 당기니 토크가 커진다.
  • 문제점 1: 저항 증가! 하지만 전선을 많이 감으면 총 길이가 길어져 전기 저항이 커진다. 저항이 커지면 전기가 잘 흐르지 못해 오히려 전류량이 줄고 토크가 약해질 수 있다.
  • 문제점 2: 슬롯 공간 부족! 전선을 많이 감으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더 굵은 전선을 사용하면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내 토크를 키울 수 있지만, 역시나 더 넓은 슬롯 공간이 필요해 모터 크기가 커진다.
  • 문제점 3: 자기 포화! 전선을 아무리 감고 전류를 쏟아부어도 전자석이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한계점(자기포화*)이 있다.

결국, 전기자전거 모터 설계자들은 목표로 하는 힘(출력)과 사용하는 배터리 전압에 맞춰, 모터 크기, 전선 굵기, 감는 횟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최대의 토크를 뽑아내려고 노력한다.

*권선(코일): 모터 내부에 감겨있는 전선 뭉치. *자기포화: 자석의 힘이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한계점.

모터의 '최고 속도'는 왜 제한될까? (역기전력의 비밀)

모터에 전기를 넣어 돌리면 힘이 생기는데, 신기하게도 모터가 돌면서 동시에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역기전력(Back EMF)** 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미니카 모터 축을 손으로 쌩쌩 돌리면 모터에 연결된 작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역기전력 때문이다.

이 역기전력은 모터에 공급되는 전압(배터리 전압)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며, 모터의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예를 들어 48V 배터리를 쓰는 모터가 있다고 하자.

  • 모터가 돌기 시작하면 역기전력도 발생한다.
  •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서 역기전력도 점점 커진다. (예: 10V, 20V, 30V...)
  • 마침내 역기전력이 배터리 전압인 48V에 가까워지면, 배터리가 밀어주는 힘과 모터가 되받아치는 힘(역기전력)이 거의 같아진다.
  •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모터 안으로 전류가 효과적으로 흐르기 어려워지고, 모터는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최고 속도 상태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최고 속도를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더 높은 전압 사용: 48V 대신 72V 배터리를 사용하면, 역기전력이 72V에 도달할 때까지 모터는 계속 가속할 수 있다. 즉, 전압이 높을수록 최고 속도가 높아진다. (단, 모터와 부품들이 그 전압을 견뎌야 한다.)
  • 모터 설계 변경: 위에서 토크는 권선을 많이 감을수록 커진다고 했다. 반대로 권선을 덜 감으면 토크는 약해지지만, 발생하는 역기전력도 낮아져 같은 전압에서도 더 높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1편 요약: 전기자전거 모터는 대부분 BLDC 방식을 사용한다. 모터의 힘(토크)과 속도(회전수)는 반비례 관계이며, 전압과 전류가 모터 성능에 영향을 준다. 토크는 모터 내부 전자석의 힘으로 결정되고, 최고 속도는 공급 전압과 모터 회전 시 발생하는 역기전력에 의해 제한된다.

다음 2편에서는 이러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전기자전거 모터의 대표적인 두 가지 장착 방식인 '미드 드라이브 모터''허브 모터'는 각각 어떤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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